아키에이지 홈페이지 백업/루키우스의 기록 20

아란제브 Aranzeb | 12명의 영웅들

아란제브 Aranzeb고결한 은둔자, 가장 위대한 마법사, 제사 언덕의 맹약자. 아란제브는 아르(Ar) 씨족 출신이었다. 그가 태어난 에노아는 다른 종족들이 낙원으로 여기는 아름다운 땅이었다.아버지 이렌마르는 마법사였으나 위대한 마법사가 되려하기보다 씨족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지내는 삶에 만족했다. 에노아는 왕국이었지만 그 안에 수많은 씨족이 있었다. 그들은 자기 씨족 안에서 중요한 직업을 모두 배출하는 것을 이상으로 여겼는데 마법사를 많이 배출한 씨족일수록 발언권이 커졌다. 마법사는 원하기만 하면 원로원의 의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씨족 간 이해다툼이 커지고 있어 마법사의 아이들은 예의 주시를 받게 되었다. 아란제브도 마찬가지였다.이렌마르는 아이들이 원하지도 않는데 마법사로 키워지고, 원로원에 ..

멜리사라 리볼라 Melisara Livolla | 12명의 영웅들

멜리사라 리볼라 Melisara Livolla 복수자, 그림자 속의 맹약자, '붉은 점' 의 주인 멜리사라는 두 사람을 미워했다. 소녀시절의 추억이란 흙바닥에 두 사람의 얼굴을 그려놓고는 짓밟고, 쑤시고, 파내다가 마침내 구덩이로 만들어버리곤 하던 일들이었다. 그 두 사람은 멜리사라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두 오빠를 빼앗아갔다. 멜리사라보다 열세 살, 일곱 살이나 많았던 오빠들은 막냇동생을 보물처럼 아껴 주었다. 누가 동생의 옷깃이라도 건드릴라치면 즉시 나타나 혼내주는 오빠들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몰랐다. 그 시절 멜리사라는 늘 오빠들처럼 되고 싶었다. 오빠들은 여러 선생들로부터 체계적인 군인 교육을 받고 있었는데 멜리사라는 자기도 배우고 싶다고 철없이 졸라댔다. 아버지는 시달리다 못해 직접 딸에게..

진 에버나이트 Gene Evernight | 12명의 영웅들

진 에버나이트 Gene Evernight 에페리움의 기적, 그림자 매의 오른쪽 검, 현세의 왕. 진의 본명은 폴리티모스였다. 진짜 이름을 알기까지 9년이나 걸렸지만. 그는 본명을 찾은 후로도 여전히 진이라는 이름을 선호했다. 그 이름은 단순하고 가볍고 친숙했다.또한 진이 진실로 그리워하는 세월을 담고 있었다. 진은 에페리움에서 태어났으나 여덟 살까지는 그 이름을 한 번도 못 들어보았다. 어머니가 의도적으로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에페리움으로 돌아오고도 진은 어린 시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뒷골목을 잊지 못했다.그러나 거리로 나가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진도 감히 나가려 하지 않았다. 적어도 3년간은 그랬다. 열네 살이 된 어느 날, 족쇄에 묶인 신세를 참다 못한 진은 충동적으로 담을 넘어 밤거리로 나갔..

키프로사 데이어 Kyprosa Daeior | 12명의 영웅들

키프로사 데이어 Kyprosa Daeior겨울 전나무의 딸, 어머니에게 가장 가까이 간 자, 정원의 문지기. 전나무의 성은 데이어 고원에 솟은 창날이었다. 춥고 황량한 그곳에서 홀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들의 영주는 ‘전나무의 왕’이라고도 불렸다. 왕을 자처할 만큼 넓은 영지도, 부유함도, 많은 백성도 없었건만 누구도 그 이름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지 못했다.실제로 그들은 북 메어 왕국에 충성을 맹세한 소영주였다. 그러나 동시에 이름 높은 정예 데이어 창병의 지배자이기도 했다. 전나무의 왕, 제임 데이어가 전사하고 그의 아내 로지아가 영주가 되었을 때 가문에는 세 아들이 있었으나 누구도 뒤를 잇지 못한 채 사라져갔다.세월이 흘러 늙은 로지아에게는 손자 하나와 손녀 하나뿐이었다. 할아버지와 이름이 같..

최초의 원정대 | 12명의 영웅들

최초의 원정대 검은 구멍에서 바람이 휘돌아 나왔다. 발치의 돌이 부스러져 떨어졌다. 둘 다 무한한 공간으로 메아리치며 멀어져 갔다.그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구멍을 내려다보았다. 저 하늘만큼이나 가늠되지 않는 까마득한 깊이가 저 구멍 아래에 있을까? “두렵군.” 초원의 전사인 타양의 입에서 가장 먼저 그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다. 진이 타양의 목덜미에 오른팔을 얹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더 무서워지는데.” “델피나드를 주름잡던 너희가 그런 소리를 하면 나 같은 놈은 기절이라도 해야 하나.” 루키우스가 말을 받으며 구멍의 가장자리로 다가가 위험천만한 자세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에안나가 깜짝 놀라 루키우스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그 모습을 보던 아란제비아가 웃었다. “제일 겁이 없는 건 시인..

파비트라 대 여제' 16화~25화 | 신대륙의 인물들

16화 이샤마와 알키미가 처음 흑곰 부족을 출발했을 때 동행한 페레는 열 명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러 부족에서 출발한 전사들이 같은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마주쳐 동행하자 어느새 무리는 백 명이 넘어갔다. 그 무리에서 페레가 아닌 사람은 이샤마와 알키미뿐이었다.흑곰 부족 페레들이 두 사람을 부족의 손님이라고 소개하자 시비를 걸지는 않았지만, 수상쩍은 눈길로 바라보는 페레들은 많았다. 그들은 각 부족의 뛰어난 전사들이었기에 위풍당당한 데다 또한 사나웠다. 시선이 따가워지자 알키미는 페레들과 헤어지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흑곰 부족이 말렸다. 아직은 길을 찾기 힘든 곳이니 로카 강이 나올 때까지는 함께 가는 편이 낫다는 것이었다. 초원에서 길을 잃으면 살아남기 어렵기에 알키미는 일단 ..

파비트라 대 여제' 1화~15화 | 신대륙의 인물들

1화하리하랄라야 제국의 여제.  오늘날 ‘대 여제’로 일컬어지고 있는 파비트라는 황제 샤미르 3세의 막내딸로 태어났다.파비트라가 태어나기 전에 샤미르 3세는 두 명의 황후로부터 네 황자와 세 황녀를 얻었는데 이미 모두 성인이었다. 두 황후가 죽고 나자 샤미르 3세는 세 번째 황후를 맞아들였다. 그때 황제의 나이가 쉰아홉이었다.이듬해, 황제의 60회 탄신일을 하루 앞두고 황녀가 태어나자 황제는 크게 기뻐하며 딸에게 파비트라, 즉 ‘귀한 선물’이라는 이름을 내렸다. 황녀이자 여덟째인 파비트라는 황위 계승과 거리가 멀었다. 그러나 아버지의 사랑만은 넘치도록 받았다. 어린 파비트라에게 금지된 것은 아무것도 없는 듯했다. 황제의 식탁에 같이 앉아 간식을 먹었고, 황제의 정원에서 물놀이를 했고, 황제의 침대에서 낮..

신대륙의 인물들 : 프롤로그 | 신대륙의 인물들

모든 세월은 빛나는 조각들을 품고 있어. 사금이 흐르는 강처럼.내 위대한 친구들이 죽거나 떠난 뒤에도 그들을 닮은 자들은 태어나지.무언가가 끝나면 다시 무언가가 시작될 뿐, 이 세상에 마지막이란 없었어.최후의 전쟁을 본 내가 하는 말이니까 조금은 일리가 있겠지? 물론,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 중 몇몇은 내가 씨앗을 뿌리기도 했고 슬쩍 물을 주기도 했어.하지만 내가 만나보기는커녕 존재를 깨닫지도 못했던 씨앗이 거대한 나무로 자란 일이 훨씬 많았단 말이야.하기야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지. 이토록 저주받은 나라고 할지라도. 그래서 난 내 한계를 얌전히 받아들이고 차라리 기록에 매진하기로 했지. 기록이야말로 어머니께서 내게 내린 천직이니까.그리고 겸손하게도 내가 끼친 영향은 생략하기로 했어..

전민희 작가 소개 | 전민희 작가와 아키에이지 연대기

전민희 작가 소개 한국의 소설가 전민희(Jeon Minhee)는 MMORPG 온라인 게임 '아키에이지'의 원작 소설 , 을 집필했으며 아키에이지 프로젝트의 초반 기획부터 세계관 제작에 참여했다.  어려서부터 환상적인 동화를 좋아해 꾸준히 다양한 습작을 해 오던 중, 건국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면서 특유의 환상과 현실이 결합된 작풍을 구체화했다. 1999년, 첫 장편 소설 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총 8권으로 완결된 은 한국의 터미널 통신 연재 역사상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던 소설이다. 이후 후속작 을 출간했다.  2001년부터 쓰기 시작한 시리즈가 한국을 강타하며, 후속작 까지 총 15권이 베스트셀러 행진을 이어갔다.각 작품들이 일본, 대만, 중국, 태국 등 해외에서 잇달아 번역 출간되어 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