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세월은 빛나는 조각들을 품고 있어. 사금이 흐르는 강처럼.
내 위대한 친구들이 죽거나 떠난 뒤에도 그들을 닮은 자들은 태어나지.
무언가가 끝나면 다시 무언가가 시작될 뿐, 이 세상에 마지막이란 없었어.
최후의 전쟁을 본 내가 하는 말이니까 조금은 일리가 있겠지?
물론,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그 중 몇몇은 내가 씨앗을 뿌리기도 했고 슬쩍 물을 주기도 했어.
하지만 내가 만나보기는커녕 존재를 깨닫지도 못했던 씨앗이 거대한 나무로 자란 일이 훨씬 많았단 말이야.
하기야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지. 이토록 저주받은 나라고 할지라도.
그래서 난 내 한계를 얌전히 받아들이고 차라리 기록에 매진하기로 했지. 기록이야말로 어머니께서 내게 내린 천직이니까.
그리고 겸손하게도 내가 끼친 영향은 생략하기로 했어. 혹시라도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내 손길이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냥 모르는 체 하라고.
이봐, 나 같은 사람이 겸양을 떨 땐 그냥 받아들여. 드문 일이니까.
모든 세월은 무언가를 남기지. 실꾸리를 풀면 매듭이 맺히듯.
그걸 모아 태피스트리를 짜고 싶더라도 참아 둬. 너무 커서 어디에 걸어야 할지도 모를걸.
그러니 이제부터 조각보를 만드는 걸로 해 두자고.
아주 다양한 조각들이 필요할 거야.
나조차도 존재를 이해하기 힘든 이니스의 여왕으로부터 빌어먹을 다미안 놈에 이르기까지.
물론, 모든 시작된 것은 끝이 나지. 내 이야기조차도.
하지만 내 이야기가 끝나더라도 모든 것이 끝난 건 아니야.
그러니 내가 입을 다물면 그대들이 다음 이야기를 이어보라고.
나보다 나을지 알겠나. 뭐,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그리고 혹시 이 세상에 정말로 종말이 오더라도, 적어도 나는 살아남아 있지 않겠나?
그런데 그거 아주 무서운 얘기네. 그렇지?
여러분의 미천한 시인,
루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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