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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용 사냥꾼 누온 | 조각난 연대기

라이트트윈스 2024. 12. 6. 02:28


누온들은 마침내 미사곤을 사냥할 방법을 생각해냈다.

그위오니드 숲에서 가장 큰 거목을 뽑아 수 년 간 다듬었다. 미사곤의 가슴을 꿰뚫을 창이었다. 다시 수천 그루의 나무를 베어 그것을 쏘아 보낼 발리스타를 준비했다. 마침내 준비가 끝나자 누온들은 이 엄청난 창에 ‘용의 죽음’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용의 죽음을 성벽 위에 올리려 할때, 혼자 미사곤을 사냥하겠다고 떠났던 베살라가 돌아왔다.

 

베살라는 누온들이 준비한 것을 보더니 이것으로도 미사곤을 사냥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는 수 년 간 미사곤을 뒤쫓았는데 한 번은 높은 산에 올라가 미사곤이 땅에 가까워졌을 때를 노려 공격했지만, 어떤 무기로도 상처 하나 입힐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베살라는 한 가지를 알아냈다. 미사곤의 불가사의하고 무한한 힘은 그 그림자와 관련이 깊다는 사실이었다. 다시 말해 미사곤의 그림자를 흐릿하게 하거나 심지어 없앨 수 있다면 ‘용의 죽음’으로도 미사곤을 사냥할 수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하늘에 해가 떠 있는 한, 대지에 드리워진 거대한 그림자를 없앨 방법은 없었다. 밤은 처음부터 밤눈 밝은 용의 영역이었다.

현자들이 지혜를 짜냈다. 기하학자 헤타그는 만약 해가 여러 개 있어서 사방에서 비춘다면 그림자도 옅어지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냈다.

물론 해를 늘릴 수는 없었다. 그러나 만약 지상에 거대한 거울이 있어 해를 비춘다면?

 

누온들은 세 개의 거울을 만들어냈다.

그위오니드 숲의 호수를 얼리고, 거울 왕국의 절벽을 얼음으로 뒤덮고, 마지막으로 강을 거꾸로 흐르게 하여 반디 반도 북쪽에 거대한 빙벽을 만들었던 것이다. 세 거울의 각도는 뼈의 땅 북부의 성벽 밑을 가리켰고 발리스타는 성벽 위에 설치되었다.

세 거울이 반사한 세 개의 태양이 뼈의 땅 위로 날아온 미사곤의 그림자를 흐리게 했을 때 누온들은 ‘용의 죽음’을 쏘아 보냈고, 마침내 미사곤은 추락했다.

 

그 뒤의 이야기는 거의 전해지지 않는다. 어렴풋이 남은 이야기에 따르면 누온들은 승리를 자축하며 미사곤의 살을 발라내어 먹었다고 한다. 미사곤의 뼈는 지금도 뼈의 땅 전체에 걸쳐 자연물처럼 남아 있다.

그때의 기록만 없는 것이 아니었다. 미사곤 사냥 이후 누온은 모든 기록에서 사라졌다. 최후의 시대에 가장 큰 용을 사냥하고, 함께 소멸해버린 것처럼.

 

어떤 사람들은 누온이 미사곤을 사냥하기 위해 탄생한 종족이어서 미사곤을 죽이는 순간 함께 소멸할 운명이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울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